느리지만 느려서 더 강한 위로!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문태준의 첫 산문집『느림보 마음』. 현대인들의 공허한 가슴을 희망과 여유로 채워 넣어줄 느릿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으로, 한 발짝 비켜서는 법, 입에 향기로운 말을 담는 법, 느릿느릿 걸어가는 법을 비롯해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세상 구석구석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섬세한 문체로 만나볼 수 있다. 농민의 마음을 담은 소박한 감성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라고 가르치거나 자신을 뽐내며 으스대지 않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풍경들을 펼쳐내며 한 박자 쉬어가는 마음의 여유를 전한다. 아름답고 강력한 언어로 말하는 고향의 늙은 아버지 이야기, 절절하고 아파서 아름다움을 뛰어 넘는 노모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따뜻하고 느긋한 위로로 희망과 용기를 키워서, 삶을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 고향, 가족, 삶, 비움, 느림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어느새 느긋해진 마음으로 여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문태준저자 : 문태준저자 문태준 文泰俊은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處暑)」 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산문집 『느림보 마음』, 시 해설집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1』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1. 느린 마음
아름다운 주름 생각
자라와 고니
오는 봄을 나누세요
흙길 보행
시원하고 푸른 한 바가지 우물물 같은 휴식
뼈아픈 후회
여름의 근면
무언가를 새롭게 기다리는 손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
물고기가 달을 읽는 소리를 듣다
들밥
강아지 대신 거북
따뜻한 마중
뭉클한 순간
움직이고 흘러가는 수레와 배와 물고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새여
내 아버지의 천만당부
가을바람
유별난 생각
오늘 종일 하늘이 하는 이 무일푼의 일
진흙 덩어리 속 진흙 게
깊은 강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삶처럼 느리게 희망처럼 격렬하게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2. 느린 열애
봄비처럼 통통한 호기심
참깨꽃 가게
앵두
밥상을 차리는 일
울음이 그칠 때까지 울음을 들어라
햇배 파는 집
파르스름한 맨밥 냄새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
새벽에 홀로 앉아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절망하기 시작하라
따뜻한 화로 같은 고향
쓰다듬는 것이 열애이다
주례사
가슴에 언덕과 골짜기가 있다
이별에게
한난을 바라보는 시간
이제 오느냐
편지
바닷가 해변과 모래집과 물 울타리와
초동일 아침
설날 생각
매병과 연못
온유
마지막 말씀
3. 느린 닿음
자연을 밥벌이시킨 타샤 튜더
물새의 깃털보다 부드러운 촉감
중국 시인 마딩
내와 강으로 나아가는 영험한 큰물
차츰, 조용히, 차근차근하게 밝은 쪽으로
우리를 붙들고 있는 어떤 리듬을 생각하며
젖니 난 아가를 안고
강보처럼 감싸던 달빛
입학식 풍경
비 오시는 모양을 바라보며
그쵸, 라는 별명의 여덟 살
아름다운 스승
빛바랜 사진
열 살 아이와 나의 슬하
매미와 포도
들꽃과 하얀 커피 잔과 종이 카네이션
여름 산사
청보리밭에 앉아
누나는 나를 업고 나는 별을 업고
삼 년 만에 돌아온 제비
노모
추색
굼뜸과 일곱 살
다시 세모를 앞두고
상여가 지나가는 오전
4장 느린 걸음
신발
아, 24일
밤나무 아래 서다
걸음의 속도
시인 신현정 선생을 기리며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한 해 마지막 달을 살며
새해 새날 아침에
난타의 연등
저 들찔레처럼
모든 인사는 시이다
눈보라가 집시의 바이올린처럼 흐느낄 때
대중목욕탕 집 가족처럼
대화
당일과 공일
어머니와 시골 절
햇빛 텃밭
염천과 짧은 이불
사랑의 고백
해녀와 함께 바닷가로
가을 편지
아내라는 여인
더듬대고 어슬렁거리고 깡마르게
나의 작은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