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다.
전세계거짓말쟁이협회
서기장 성석제의
이 황홀한 입담을 보라!
소설가 성석제에 대한 일화 가운데 사실인지 소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날 그가 너무나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해서 웃음을 터뜨리며 읽고 있었다. 거참, 그 사람 소설 한번 재미지게 쓰네! 생각하던 차에 작자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다름 아닌 자기 이름이 적혀 있더라는 것.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 흡사 득도한 도인과도 같은 경지에 이른 이야기꾼이자, 등단 이후 본인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의 많은 이야기들을 지치지 않고 수확한 부지런한 농부 같은 소설가 성석제. 이야기꾼 성석제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두고두고 회자되는 짧은소설의 백미가 모여 있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7년 개정판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1997년 출간된 『재미나는 인생』과 2003년 출간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짧은소설들을 저자가 직접 고르고 다듬어 엮은 것이다. 성석제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가운데, 농촌마을에서 벌어진 유쾌한 소동(「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부터 사교육 문제(「선행학습」), 나이에 따른 갑질(「미안하다고 했다」), 학교 폭력(「재미나는 인생 3―폭력에 관하여」), 뇌물(「보이지 않는 손」) 등의 사회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인생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잠언 같은 소설들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리고 그 인간들이 펼쳐내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들을 포착했다.
가장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장 발랄하고 재치 있게, 또한 가장 가벼운 주제를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태도로 다루는 성석제의 입담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독자들을 매혹한다.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그의 대표작 『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홀림』 『지금 행복해』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순정』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등,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9 번호
13 몰두
14 수영
21 당부 말씀
27 파이팅
30 낮이나 밤이나
35 시베리아에서 곰 잡던 시절
41 누가 염소의 목에 방울을 달았는가
52 재미나는 인생1-거짓말에 관하여
59 속도광
65 도선생네 개
73 약방 할매
80 샥족 발견
85 재미나는 인생2-뇌물에 관하여
96 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
103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108 선행학습
114 말을 말하는 말
121 우리 동네 가수
125 아르카디아의 게
128 완전주의자를 위하여
135 세비리의 이발사
141 고수
147 가짜
151 재미나는 인생3-폭력에 관하여
156 성탄목
162 변기
164 외로운 사냥꾼
169 누구를 믿을까
176 휴가
182 말과 말귀
186 군대 라면
193
195 재미나는 인생4-운동에 관하여
199 시간과의 연애
206 딸기
212 장수
218 어떤 소리를 찾아서
223 자두가 붉은 뜻은
231 보이지 않는 손
237 미안하다고 했다
243 그렇다
247 소신을 지키다
255 어이를 위하여
260 序 · 跋 · 後記 · 解題 · 異論을 대신하여-우렁각시에게
264 한마디 말씀의 마지막 의미
268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사람
271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