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인가, 소설인가, 산문인가!
장르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알린 전설적인 데뷔작
성석제는 1986년 [문학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의 첫번째 책은 1991년에 출간된 시집 『낯선 길에 묻다』였다. 그리고 시인 성석제와 소설가 성석제 사이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성석제에게 이야기꾼 풍자와 해학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이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가 2017년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장정과 구성의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과연 시인의 산문시인지, 재기발랄한 수필이라 해야 할지, 상상력의 끝까지 뻗어나가는 픽션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문단과 독자들이 그어놓은 장르의 범주 안에 성석제의 글들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성석제는 이 데뷔작 이후로도 이렇게 짧은 분량의 글 안에 경계 지을 수 없는 상상과 현실적인 소재와 캐릭터들이 한데 녹아 있는 글들을 꾸준히 써왔고, 오늘날 그의 짧은소설은 독보적인 장르가 되었다.
시를 뼈라고 하고 산문을 살이라고 한다면 뼈와 살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소한 조사 와가 있다. 뼈이면서 물렁한 것(가령 물렁뼈), 살이면서 때에 따라 딱딱해지는 것이 있다. 뼈라고 부를까, 살이라고 부를까라는 저자의 말처럼, 뼈이면서 물렁하고 살이면서 때에 따라 단단해지는 그의 소설들은 장르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우리를 미지의 나라로, 첫사랑과 책을 좋아하는 벗과 어처구니들이 사는 서재로 데려간다.
흔히 어이없고 황당하며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쓰는 어처구니없다라는 어구의 어처구니는, 본디 상상보다 큰 물건,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 한다. 성석제의 이 다채로운 소설 속 어처구니없는 사람과 사건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상상 너머의 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그의 대표작 『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홀림』 『지금 행복해』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순정』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등,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9 웃음소리
12 비명
16 먹는다
18 또 먹는다
21 교통사고
26 다이빙
32 자전거 나라1-방문
43 자전거 나라2-선거
47 자전거 나라3-축제
55 꿈인가 놀아보니
60 꿈의 술집
64 무인도의 토끼
68 눈물 흘리는 사람
71 놀이하는 인간
76 역사가
80 수집가
84 발명가
91 무위론자
95 낙천가
99 소수파
103 소설가
115 직업
119 웃지 않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124 버릇
130 그림자밟기
138 절1-도통
145 절2-수첩
149 절3-노학
152 절4-무숙자
163 절5-송이
168 노래로 외우다
172 왕복
177 비밀결사
185 예언자
190 술
193 목이 좋은 곳
197 외길
202 중국에서 온 편지1-거지
204 중국에서 온 편지2-매
208 눈 속의 달걀
210 물이 새다
216 단계
219 경강선
222 논
225 지방색1-모래밭
228 지방색 2-고원
231 지방색 3-물
235 정체
238 향기
240 낮도깨비
242 이야기꾼1-향수
246 이야기꾼2-별 구경
256 이야기꾼3-구름처럼 산돼지처럼
263 휴가
265 온다
268 파이프
270 자동판매기
272 가계
275 할머니의 뜰
278 여행자
282 우주의 끝
284 이 프로그램은 유효하지 않은 명령을 실행함으로써 시스템의 무결성無缺性을 위반했으므로 종결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했던 작업의 정보는 사라집니다. 시스템을 재시동하겠습니다. 동의합니까?
286 작가의 말